[스페셜경제=박숙자 기자]인간관계에선 서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그 선은 직위, 친밀도, 나이 등 여러 요소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 요소들 중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성적 긴장감’이다.
'성적 긴장감'으로 그어진 선을 넘게 되면 당혹스러움, 긴장감, 부끄러움, 분노, 슬픔, 자괴감, 민망함 등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각종 불편한 감정들을 모두 뭉쳐져 다가오게 된다. 술에 취해 친구, 학교 선후배, 직장 동료와 넘지 말아야 할 그 선을 얼떨결에, 혹은 진심으로 넘어버린 적이 있다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 불편한 관계를 어떻게 해소할까. 서로 그 상황이 불편하다보니 대화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 때’, ‘그랬잖아’, ‘이렇게 해가지구’와 같은 애매모호한 말들이 오가게 된다.
식은 땀을 흘리며 추궁을 받는 남자는(이런 경우 대부분은 남자다)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게 아니고..’, ‘아니 그건...’, '그리고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까지.
남자들은 태어나서 그렇게 당황해본 적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까지 추궁을 당할 일도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술김에 서로 눈이 맞아 성관계를 했더라도 어찌됐든, 무슨 이유든 조금은 미안했을 것이다. 사과를 하면 상대방의 마음을 달래고 이 난처한 상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부터 남자는 진정한 고난을 겪게 된다. 학교징계위원회나 직장징계위원회에 불려나가고, 주변에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가장 두려운 연락, 경찰서에서 출석하라는 연락을 받게 된다. 정신을 차려보면 남자가 사과한 문자내역, 징계위원회에 출석해 사과한 말이 모두 기록에 남아있다.
‘사과’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빎”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자칫 “자백”의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는 대인(大人)의 풍모로 해석돼 왔다. 사과를 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 정말 자신이 잘못한 것이 있고 그것을 잘 알고 있다면 진심어린 사과는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 그저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상대방을 달래기 위해서만 사과를 하게 된다면 사과가 받아들여지기는커녕 고소장이 받아들여지게 될 것이다.
칼럼 원글 링크 - http://www.speconomy.com/news/articleView.html?idxno=76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