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민수 변호사]‘수인(囚人)의 딜레마’ 혹은 ‘죄인의 딜레마’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수사관이 어떠한 범죄의 공범 용의자 둘을 격리하고 조사를 진행하면서 시작된다. 수사관은 능글능글한 웃음으로 “불면 가벼운 처벌을, 안 불면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라고 엄포를 놓는다.
그리고 이내 “네 친구는 이미 불었다.”라고 말하며 생각할 시간을 주고 자리를 뜬다. 이때 두 용의자는 심각한 혼란에 빠지게 된다.
수사관은 물증이 전혀 없다. 따라서 공범 둘만 모르쇠로 일관하면 무죄가 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한명이라도 배신을 한다면? 그렇게 되면 진술하지 않은 사람만 엄벌에 처해진다.
수많은 고민이 머릿속을 휘젓는다. “내 친구(공범)를 믿을까? 저 녀석이 나를 배신하면 어쩌지?” 짧은 시간 안에 머릿속에서 수많은 의견이 서로가 옳다고 주장을 하나, 결국 사실을 자백하고 가벼운 처벌을 택한다.
현실에서도 이처럼 공범 서로가 분리되어 수사를 받는 일은 종종 발생한다.
예를 들어 특수강간, 마약, 사기, 배임 등의 경제적 범죄 등등이 그렇다. 그러나 현실은 위에서 살펴본 것보다 더 냉혹하다. 범인들은 사실만을 자백하고 경미한 처벌을 받는 것에 끝나지 않고, 상대가 내 죄까지 떠안기를 원한다.
이에 더 자극적이고 더 사소한 것까지 수사긴관에 다 내주고 만다. 간이며 쓸개며 내가 지은 죄는 까맣게 잊은 채 남을 헐뜯고 비난하기에 바쁘다.
또한 그렇게 헐뜯는 동안 서로가 서로에게 더 큰 죄를 만들어주기 시작한다.
그렇게 강간은 특수강간으로, 폭행은 특수폭행으로, 단순한 방조범은 공동 정범으로 기소되고 처벌받게 되는 것.
아울러 범죄자인 친구들은 서로 믿지 못하여 극단의 상황까지 스스로를 옭아매기 시작한다.
수사기관에 자신의 죄를 모르쇠로 일관하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자신의 죄를 덜고자 타인에게 자신의 죄를 뒤집어 씌워 결과적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의미다.
당신이 이러한 상황에 처했다면 당신은 정확하게 자신이 행한 범죄에 대해서만 진술하고, 타인이 행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진실하게 말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범한 죄 이상의 책임을 지는 일은 물론, 자신이 친구라고 여겼던 사람까지 잃게 되기 때문이다.
내가 한말이 나에게 칼로 돌아오지 않도록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고민하고 또 고심해야 할 것이다. (BY 김민수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