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은 사이트, ‘불법 유해정보사이트’
[스페셜경제=남현석 변호사]한창 성에 대해 호기심이 많던 어린 시절,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전날 영화채널에서 어떤 야한 영화가 나왔는지 열을 내며 설명하곤 했다.
당시에는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이며 경청하곤 하였지만, 이제는 일을 하는 입장에서 문제가 되는 영상을 호기심 없이 바라보고 있다. 때문에 묘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는 음란물에 대한 규제가 매우 강한 편이다. 음란물에 대한 형사 처벌 및 행정적인 제재 또한 광범위하게 이루어진다.
음란물이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지 여부 및 무엇이 음란물인지에 대해 헌법재판소와 우리 법원은 다소 모호하지만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실제로 법적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음란물인지 여부에 대해 법원은 심사숙고하고 결정하고 있다.
다만 일반 국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더 영향을 끼치고 문제가 되는 것은 행정부의 음란물 판단이 아닌가 싶다.
대한민국 성인 남성들이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사이트 중 하나는 아마 ‘불법 유해정보사이트’일 것이다. 해당 사이트는 특정한 사이트가 음란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대한민국에서는 접속하지 못하도록 방통위에서 만든 우회사이트이다.
방통위는 우리 사회의 건전한 성관념에 배치되고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음란성 정보를 차단한다는 명목이지만, 이에 대하여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첫째, 특정 사이트로의 접근을 막으면서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 않는다.
둘째, 방통위의 구성원에 따라 음란성 판단 기준이 변화한다.
셋째, 개별 정보에 대한 차단이 아닌 사이트 자체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물론 아동 포르노나 마약과 관련된 사이트, 범죄나 불법도박 등과 관련된 사이트에 대한 차단은 수긍이 가지만, 단순 성인영상 사이트까지 우리 사회의 건전한 성문화를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접근조차 불가능하게 원천적인 차단을 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성인들이 정당히 누리고 선택할 성에 대한 권리까지 억압하는 것이 아닐까.
특히 원천적인 차단 외에도, 성인인증을 하면 접근이 가능하도록 하거나 최소한 차단의 근거라도 명시를 할 수 있을 것인데 지금과 같이 무작정 차단하고 억압만을 하는 것이 과연 우리 사회의 건전한 성문화를 위하여 긍정적인 작용을 할 수 있을지는 큰 의문이 든다.
네티즌들은 영화대사를 패러디하며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라는 말과 함께 ‘불법 유해정보사이트’를 피할 수 있는 수많은 방법들을 이미 개발해 냈다. 원천적인 차단만이 해결책은 아닌 것이다.
건전한 성관념이 무엇인지, 오로지 성에만 탐닉하는 것이 과연 옳지 못한 것인지, 청소년들에 대한 성교육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 없이 단지 차단하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해결책에 대하여 마땅히 재고해보아야 한다.
그러한 고민 없는 정책들은 성인의 자유를 억압할 뿐만 아니라 점차 여러 가치들에 개방되며 발전해나가는 우리 사회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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