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포커스]-청년층 주거빈곤 사태의 그늘(中-변종동거②)
집·돈 모두 공짜, 영혼 버린 편안함 ‘치명적 독배’
“몸만 포기하면 모든 게 해결”…주거 빈곤 문제 빌미 그릇된 인식 만연
최근 성관계를 전제로 방을 공짜로 빌려주는 행위, 일명 ‘변종 동거’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젊은 여성들의 그릇된 인식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스카이데일리가 동거 경험이 있는 여성들의 사연과 취재 중 만난 남성들의 증언 등을 중심으로 파악한 결과, 변종 동거에 응하는 여성 대부분은 편리함과 경제적 풍족함을 강조했다.
남성들의 성적 욕망과 여성들의 안이한 인식이 ‘변종 동거’라는 새로운 개념을 탄생시킨 것이다. 특히 시간이 흐를수록 부작용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젊은 세대들의 그릇된 인식 전환이다”며 “성(性)과 동거에 대한 건전한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하나만 버리면 모든 게 해결된다”…성적욕망-편안함 맞교환 ‘치명적 독배’
취업해 서울로 상경한 A씨. 제주도 출신인 그녀는 서울로 상경해 머물 집이 필요했지만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보증금이 없어 고시원 생활을 시작했으나 여성 홀로 고시원에서 생활하기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우연한 기회에 ‘동거인 사이트’를 알게 된 A씨는 보증금 없이 비슷한 가격에 일반 가정집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살 집을 물색했다. 집주인이 여성인 집을 물색해 함께 거주했지만 불화가 잦았다. 비슷한 일은 다른 집에서도 일어났다. 설상가상으로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게 되면서 월세마저 지불하지 못할 상황에 처하게 됐다.
서울에서 재차 구직활동에 나선 무일푼의 A씨에게 남성들의 초대는 한 줄기 빛과 같았다. 무엇보다 경제적 부담이 없었다. 요구하는 잠자리에 응해야했지만 집 없이 거리로 내몰리는 것보단 낫다는 생각을 했다. 때때로 남성들이 용돈까지 챙겨주다 보니 애써 일할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B씨는 지방에 직장을 구할 때까지 용돈 받는 동거 생활을 이어갔다.
취업준비생 B씨도 비슷한 경험을 겪었다. 서울 강남역 인근 영어 학원을 등록한 그녀는 충청도와 인접한 경기도 소도시가 집이었다. 매일같이 통학하는 것에 힘들어하고 있을 즈음 부모와 갈등을 빚게 됐고 결국 그 길로 집을 나왔다.
취업을 위해 영어 학원을 포기할 수 없었던 B씨에게 가장 큰 문제는 지낼 곳이 없다는 것이었다. 아르바이트를 통해 학원비와 생활비 등은 부족한대로 충당할 수 있었지만 보증금 없이 원룸하나 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변변한 직장이 없어 은행 대출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지인을 통해 ‘동거인 사이트’를 알게 됐다. 남녀 6명이 한 집에 모여 사는 에피소드를 다룬 미국 드라마 ‘프렌즈’와 지난 2014년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등을 애청했던 B씨는 TV 속 동거 생활을 꿈꿨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사실상 얹혀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보니 바쁜 아침시간대 화장실 사용 등 사소한 것부터 집주인의 눈치를 봐야 했다. 동거인 형태로 거주하는 것이긴 했지만 월세 부담 또한 만만치 않았다.
결국 그녀는 편한 길을 선택했다. 해당 사이트에 올라온 남성들의 게시물을 꼼꼼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결국 그녀는 사이트에 게재된 남성들에 연락을 시도했다. 앞서 동거인을 물색할 때부터 몸만 입주하면 되는 집들이 있는 것을 알았지만 그들의 의도를 알았기에 외면하던 터였다. “하나만 포기하면 편해진다”는 마음에 결국 그녀도 치명적 독배를 마시게 됐다.
취재 중 접한 여성들 대부분은 홀로서기를 위해 나름의 해법을 찾다가 결국 ‘편안함’이라는 유혹의 길로 접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에 모든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스스로 ‘변종 동거’를 선택한 것이다. 신원도 모르고 일면식도 없는 남성과 한 이불을 덮어야 했지만 그것만 포기하면 몸과 마음이 모두 편하다는 생각에 마음의 벽은 하나 둘 허물어졌다는 게 변종 동거 경험을 가진 여성들의 공통된 증언이었다.
“주거 빈곤 문제 빌미 젊은 세대 그릇된 인식 만연…변종 동거는 성매매와 동일”
대다수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변종 동거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젊은 세대들이 지닌 그릇된 인식의 전환이다. 청년층 주거 빈곤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면서 이를 이용해 성적 욕망을 채우려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젊은 여성들 역시 주거 빈곤 문제를 핑계로 ‘편리함’만 추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이 5년 마다 실시하는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처음으로 국내 월세가구 비율이 전세가구 비율을 앞질렀다. 전·월세 비중을 조사한 1975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월세 비율 상승률이 가장 높은 계층은 20대였다.
20대의 월세주택 비중은 2010년 조사 때보다 8.0%p 증가한 60.1%를 기록했다. 30대는 27.5%를 기록했다. 대학생들이나 사회초년생들이 월세형태의 주거를 통해 사회에 연착륙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부동산중개앱 ‘다방’과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이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의 월 평균 임대료는 44만9200원이었다. 경기와 인천은 각각 38만1700원, 35만5000원 등을 각각 기록했다. 수도권 지역의 임대료는 우리나라 제2의 도시 부산(32만6700원)은 물론이고 대전(29만1700원)·대구(28만9200원)·광주(27만800원) 등 기타 대도시들과도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독립 청년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서울시내 주요 대학가 인근 원룸들의 경우 평균 보증금 1450만원에 49만원의 월세를 기록했다. 이는 수도권 전체 임대료보다 높았으며 전국 주요 대학가 평균시세(보증금 630만원·월세 37만원)를 상회했다.
이 같은 세태는 월세 무료, 용돈 지급 등을 조건으로 내 건 ‘변종 동거’가 등장하게 된 배경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절대적인 요인은 아니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무엇보다 수요와 공급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점이 결정적 요인으로 지목됐다.
주거 빈곤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젊은 세대들이 ‘변종 동거’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인양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이 같은 변종 동거가 법률적으로 성매매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해지고 있다.
YK법률사무소 김진미 성범죄 전문 변호사는 “성(性)을 대가로 월세를 면제받는 것 역시 재산상 이익을 수수한다는 점에서 성매매와 동일한 개념이라 볼 수 있다”며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 저촉되는 행위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앞으로 변종 동거가 신종 성매매로 분류돼 매수·매도인이 처벌받는 사례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젊은 나이에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범죄행위에 노출되면 향후 그 유혹을 끊어내기 힘들기 때문에 사소한 유혹보다 삶을 장기적으로 가꿔 나갈 수 있는 안목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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