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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력 차이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대출업자가 열위인 대출알선업자에게 해당 대출의 기한의 이익 상실시 보증책임, 담보물매입책임까…

2023-05-26

경제력 차이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대출업자가 열위인 대출알선업자에게 해당 대출의 기한의 이익 상실시 보증책임, 담보물매입책임까지 부과하는 것은 그 지위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얻고 상대방에게 과도한 반대급부 내지 부당한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서 사회적 타당성이 없다고 평가할 수 있고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로 되는 반사회질서행위에 해당한다 [대법원 2023. 2. 23. 선고 2022다287383 판결]

 

1. 판결의 표시

대법원 2023. 2. 23. 선고 2022다287383 판결

 

2. 판결요지

갑 주식회사와 대출업자인 을 주식회사가, 갑 회사는 을 회사에 수산물담보대출상품 등의 이용자를 알 선하고 을 회사는 갑 회사에 대출업무 중 일부를 위탁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면서 갑 회사가 알선 및 위탁업무 수행과정의 고의·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정하였는데, 그 후 갑 회사의 알 선을 통해 체결된 대출약정에 관하여 이용자의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는 경우 사유에 관계없이 갑 회사 에 모든 책임과 위험을 전가시키는 취지의 별도 약정이 체결된 사안에서, 별도 약정을 통해 갑 회사는 부당하게 과도한 부담을 지는 반면 을 회사는 부당하게 과도한 이득을 얻게 되었으므로, 별도 약정은 민법 제103조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한 사례

 

3. 판례해설

(1) 사안의 배경

1) 원고는 2014. 10. 22. 성립 당시부터 자본금이 1,000만 원이고, 피고는 1997. 5. 27. 성립된 후 2009. 2. 3.

부터 자본금이 약 453억 3,600만 원이다.

2) 원고는 피고에게 수산물담보대출상품 등의 이용자를 알선하되 피고는 원고에게 대출업무 중 일부를 위탁하는 내용의 이 사건 계약이 2014. 12. 1. 체결되었는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 원고가 피고에게 알선하는 리스·할부·담보대출계약의 목적물은 피고가 정한다(제2조 제1항, 제3조 제 1항). 원고는 피고가 요구하는 요건을 구비한 이용자를 선별하여 피고의 요구에 따라 알선하고, 피고가 요구하는 서류를 계약 체결 이전에 제출하되, 피고는 원고가 제출한 서류를 검토하여 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한다(제3조 제2항, 제4항). 피고는 원고가 알선한 자와 사이에 계약의 체결 여부와 계약의 내용을 독자적으로 결정하고, 원고는 피고와 이용자 사이의 계약 체결 여부와 계약 내용 등 일체의 사항에 대 하여 어떠한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제3조 제5항).

나) 피고가 원고에게 위탁하는 업무에는 ‘피고의 요청에 의한 담보 검수 및 처분’, ‘창고 보관 수량의 확 인 및 보관 물품에 대한 담보평가’가 포함되어 있다(제4조 제1항 제5호, 제6호). 다만 제4조 제1항에서 규정하지 않은 업무는 원칙적으로 위탁업무가 아니다(제4조 제2항).

다)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원고가 알선하여 체결되는 계약과 관련하여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 를 다하여야 하고, 부실채권이 발생한 경우에는 피고의 요구에 따라서 채권회수에 최대한 노력을 하여 야 하며, 채권을 회수하기 위하여 사용한 비용을 피고에게 청구할 수 있다(제5조 제8항). 또한 원고는 자신이 알선한 이용자가 피고에게 제공한 담보를 신의성실에 의거하여 공정하게 평가하여 여신실행 전 피고에게 제출하여야 하고, 자신이 알선한 이용자에 대한 담보수산물의 시세하락 및 창고보관료 등 제 반 비용의 장기연체, 대출금 연체 등의 사유로 채권회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어 피고가 담보수산물의 반대매매(임의처분)를 요구할 때에는 지체 없이 담보물을 처분할 책임을 진다(제5조 제12항, 제13항).

라) 원고 및 원고의 직원이 이 사건 계약을 위반하거나 업무 수행 상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피고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원고가 이를 배상하고, 특히 제5조 등을 위반하거나 계약의 알선과정에서 고의 또는 과실 등에 의해 피고에게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제9조 제1항, 제2항).

 

3) 피고는 2015. 1. 9.부터 2016. 12. 22.까지 원고의 알선에 따라 주식회사 와이더블유씨 등 6개 업체와 이 사건 각 대출약정을 체결하였다.

4) 원고는 피고의 요구에 따라 이 사건 각 대출약정에 관한 여신거래약정서의 연대보증인 란에 기명·날 인까지 하였다. 한편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이 사건 각 대출약정의 담보물을 평가한 후 ‘창고 물품 심사 및 보증서’를 작성·제출하였는데, 그 내용에는 ‘본 담보물의 심사는 신의와 성실의 원칙 에 따랐으며, 이를 담보로 취급함에 있어 원고는 연대입보 의무를 다하고, 채무자가 기한의 이익을 상 실할 경우 본 심사를 담당한 원고는 본건을 담보로 한 대출금액을 상환하고 매입할 것을 확약합니다.’ 라는 문구가 부동문자로 기재되어 있었다(이하 ‘이 사건 보증 등 약정’이라 한다).

5)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각 대출약정과 관련하여 이 사건 보증 등 약정에 따라, ① 대출원금·이자 합계 약 10억 7,300만 원을 대위변제하였고, ② 창고보관료 합계 약 1억 5,800만 원을 지급하였으며, ③ 이 사건 각 대출약정과 관련한 담보물을 처분하여 합계 약 6억 3,300만 원을 취득하였다.

6) 원고는 2014. 12.경부터 2016. 5.경까지 피고로부터 이 사건 각 대출약정과 관련하여 이 사건 계약에 따라 대출실행금액의 0.5% 또는 0.8%에 해당하는 수수료로 합계 약 1억 8,600만 원을 지급받았다. 원고 가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수수료는 피고가 이용자로부터 이자 외에 대출금액의 1%를 별도로 지급받아 그중 일부를 지급한 것인데, 피고가 2016. 5.경 이용자로부터 대출금액의 1%를 별도로 지급받는 것을 폐 지함에 따라 그 이후에는 원고에게 대출실행에 따른 수수료를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심의 판단에는 민법 제 103 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였다.

 

가. 관련 법리

민법 제 103 조에 따라 무효로 되는 반사회질서 행위는 법률행위의 목적인 권리의무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경우, 그 권리의무의 내용 자체는 반사회질서적인 것이 아니라고 하여도  법률적으로  이를  강제하거나  그  법률행위에  반사회질서적인  조건  또는  금전적  대가가 결부됨으로써 반사회질서적인 성격을 띠는 경우, 표시되거나 상대방에게 알려진 법률행위의 동기가 반사회질서적인 경우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법률행위의 일방 당사자로서 경제력의 차이로 인하여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업자가 그 지위를 이용하여 자기는 부당한 이득을 얻고 상대방에게 과도한 반대급부 내지 부당한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 이를 강제하는 것이 사회적 타당성이 없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 역시 이에 해당하여 무효가 된다(대법원 1996. 4. 26. 선고 94 다 34432 판결, 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 다 229048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계약 등 법률행위의 내용이 민법 제 103 조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법률행위로서 무효인지 여부는 계약 등의 실질을 살펴 판단하여야 하는데, 경제적 지위에서 우위에 있는 당사자와의 관계에서 상대방의 계약상 의무와 그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한 규정을 두는 등 계약상 책임의 요건과 범위 및 절차 등을 정한 경우, 그 취지는 계약상 책임의 부과 절차의 객관성·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이러한 요건과 절차에 따르지 않은 채 상대방에게 이를 초과하는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비록 그것이 계약상 별도의 약정에 기한 것이더라도 달리 그 합리성·필요성을 인정할 만한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한 경제적 지위의 남용에 따른 부당한 이익의 취득 및 부담의 강요로서 민법 제 103 조에 위반되어 무효로 볼 여지가 있다(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7 다 76221 판결, 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20 다 256613 판결 등 참조).

 

나. 사안의 판단

1) 이 사건 계약 제 2 조, 제 3 조에 따르면, 원고는 피고가 요구한 요건을 구비한 이용자를 선별하여 알선할 의무만 부담할 뿐 리스·할부·담보대출계약의 체결 여부는 물론 이를 위한 대출심사 업무 및 대출약정의 내용에 관여할 아무런 권한이 없으므로, 이 사건 각 대출약정의 당사자인 피고만이 그 부분에 관한 독자적·최종적인 결정권한을 가진다. 이러한 이 사건 계약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각 대출약정의 당사자인 이용자의 채무불이행에 따라 대출금채권의 회수가 어려워짐에 따른 위험을 부담하여야 하는 주체는 원칙적으로 피고일 뿐 원고가 이를 부담해야 한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다.

2) 다만 원고는 이 사건 계약 제 4 조 제 1 항, 제 5 조 제 12 항 등에 따라 담보에 대한 검수·평가 등 의무를 부담할 수 있으므로, 담보 검수·평가 과정에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이로 인하여 피고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대출 이용자 알선 과정에서의 고의 또는 과실 등으로 피고에게 발생한 손해 역시 배상할 책임을 부담한다(이 사건 계약 제 9 조).

3) 그런데 피고는 더 나아가 이 사건 보증 등 약정을 통해 원고로 하여금, ① 이 사건 각 대출약정 이용자에 대한 연대보증채무를 부담하게 하였고, ② 이 사건 계약 제 4 조 제 1 항에서 정한 ‘창고 보관 수량 및 보관 물품에 대한 담보평가’ 업무 수행 과정에 원고의 고의·과실이 존재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이용자의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기만 하면 무조건 이용자의 대출금을 대위변제할 의무는 물론 그 담보에 대한 매입의무까지 부담하게 하였다. 즉,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대출 이용자 알선 행위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이용자의 채무불이행에 따른 연대보증채무·대위변제의무·담보매입의무까지 사실상 강제되는 셈이다.

4) 한편 원고가 피고에게 대위변제한 대출 원리금은 약 10 억 7,300 만 원으로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취득한 수수료 합계액보다 약 6 배나 많고, 대위변제한 대출 원리금에서 담보물 처분대가를 제외한 차액인 약 4 억 4,000 만 원 역시 원고가 피고로부터 취득한 수수료 합계액보다도 2 배 이상 많다는 점은 이 사건 보증 등 약정의 구조상 원고가 피고에게 알선하여 체결된 대출약정 중 극히 일부만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더라도 알선행위 전체에 해당하는 수수료 수입을 박탈당함은 물론 더 나아가 상당한 금액의 채무까지 부담하도록 되어 있음을 나타내는 바, 이는 이 사건 계약의 당사자 중 일방인 원고에게 현저히 불리하게 설계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5) 이 사건 계약의 상세하고 구체적인 규정은 업무 수행에 있어 원고의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 및 책임에 관한 근거이자 고의·과실에 의한 주의의무 위반이 없는 경우 원고의 면책 근거라 할 것인데, 이는 고의·과실 여부와 무관하게 이용자의 채무불이행에 따른 원고의 절대적 책임을 정한 이 사건 보증 등 약정과는 모순관계에 있고, 이 점에서 보더라도 후자에 따른 원고의 책임 중 전자와 모순되는 부분의 효력을 그대로 인정함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6) 결국 피고는 이 사건 계약으로 원고의 알선 및 위탁업무 수행과정의 고의·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정하였음에도, 이 사건 보증 등 약정을 통하여 원고의 알선을 통해 체결된 대출약정에 관하여 이용자의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는 경우에는 그 사유에 관계없이 원고에게 모든 책임·위험을 전가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이 사건 보증 등 약정으로 인해 원고가 부담하게 된 의무의 내용·실질이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것과 전혀 다를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각 대출약정에 관하여 이용자의 기한의 이익이 상실됨에 따른 위험은 대출업자인 피고가 부담하여야 함에도 이를 사실상 대출 알선자에 불과한 원고에게 부담하도록 한 것이어서,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내용과 달리 이 사건 보증 등 약정을 통해 원고는 부당하게 과도한 부담을 지게 된 반면 피고는 부당하게 과도한 이득을 얻게 되었으므로, 이 사건 보증 등 약정은 민법 제 103 조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7) 원고·피고 사이의 거래관계가 위와 같이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은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역할·권리의무의 내용에다가 이 사건 계약 체결 직전에 원고가 설립된 반면 피고는 그 당시 이미 약

17 년 정도 존속된 상태였던 점은 물론 자본금만 보더라도 피고가 원고의 약 4,500 배에 달하는 점까지 더하여 보면, 회사의 존속기간·경제력 등 전반에 현격한 차이가 있고 이로 인하여 피고가 원고에 비해 상당히 우월한 지위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봄이 합리적이다.

8)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계약과 이 사건 보증 등 약정에서 정한 원고·피고의 역할 및 권리의무관계의 내용과 변동 경위, 원고·피고의 지위 및 경제력 등의 차이, 이 사건 보증 등 약정에 따라 원고가 추가적으로 부담하게 된 부담의 내용과 그 정도, 이 사건 보증 등 약정에 따라 피고가 면하게 된 책임·의무의 내용과 그 정도 등을 면밀히 심리한 후 이 사건 보증 등 약정이 당사자 일방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얻는 반면 상대방에게는 과도한 반대급부나 부당한 부담을 부과하는 법률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했어야 함에도, 이 사건 보증 등 약정이 민법 제 103 조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민법 제 103 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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