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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미성년자인 환자의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의료행위에 관해 설명한 경우, 원칙적으로는 설명의무를 인정할 수 있으나, 미성…

2023-05-26

의사가 미성년자인 환자의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의료행위에 관해 설명한 경우, 원칙적으로는 설명의무를 인정할 수 있으나, 미성년자에게의 전달이 배제될 수 있거나 미성년자가 적극적으로 의료 거부를 하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라면 미성년자에게 설명의무를 다하여야 한다. [대법원 2023. 3. 9. 선고 2020다218925 판결]

 

1. 판결의 표시

대법원 2023. 3. 9. 선고 2020다218925 판결

 

2. 판결요지

의료법 및 관계 법령들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환자가 미성년자라도 의사결정능력이 있는 이상 자신의 신체에 위험을 가하는 의료행위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가질 수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의사는 미성년자인 환자에 대해서 의료행위에 관하여 설명할 의무를 부담한다. 그러나 의사가 미성년자인 환자의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의료행위에 관하여 설명하였다면, 그러한 설명이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을 통하여 미성년자인 환자에게 전달됨으로써 의사는 미성년자인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설명하더라도 미성년자에게 전달되지 않아 의료행위 결정과 시행에 미성년자의 의사가 배제될 것이 명백한 경우나 미성년자인 환자가 의료행위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거부 의사를 보이는 경우처럼 의사가 미성년자인 환자에게 직접 의료행위에 관하여 설명하고 승낙을 받을 필요가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의사는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 대한 설명만으로 설명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는 없고, 미성년자인 환자에게 직접 의료행위를 설명하여야 한다. 이 경우 의사는 미성년자인 환자의 나이, 미성년자인 환자가 자신의 질병에 대하여 갖고 있는 이해 정도에 맞추어 설명을 하여야 한다.

 

3. 판례해설

(1) 사안의 배경

1) 원고 A(당시 11 세 7 개월)는 2016. 6. 17. 모야모야병 치료를 위해 피고 서울대학교병원(이하 ‘피고 병원’)에 내원하였고, 원고 A 의 어머니 원고 B 는 피고 병원 의료진으로부터 모야모야병 치료를 위한 간접 우회로 조성술 시행 전 검사로서 뇌혈관 조영술(이하 ‘이 사건 조영술’)을 하여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2) 원고 A 는 2016. 6. 30. 피고 병원에 입원한 뒤 2016. 7. 1. 09:00 경부터 10:20 경까지 이 사건 조영술을 받은 후 10:37 경 병실로 옮겨졌다.

3) 원고 A 는 2016. 7. 1. 12:02 경부터 간헐적으로 입술을 실룩이면서 경련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16:01 경 경련이 가라앉은 듯하다가 16:20 경 다시 경련 증상이 나타났다. 이에 17:26 경 뇌 MRI 촬영 검사가 시행되었고 그 결과 좌측 중대뇌동맥에 급성 뇌경색 소견이 보여 18:52 경 중환자실로 옮겨져 집중치료를 받았다.

4) 원고 A 는 2016. 7. 13. 간접 우회로 조성술을 받은 다음, 2016. 7. 20. 피고 병원을 퇴원하였으나 영구적인 우측 편마비 및 언어기능 저하가 후유장애로 남게 되었다.

이에 원고 A 와 B 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이 사건 조영술을 시행함에 있어서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원고 A 에게 뇌경색이 발병하게 하였고, 이로 인해 우측 편마비 및 언어기능 장애가 남게 되었으므로 피고 병원은 위 의료진의 사용자로서 원고들의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고, 피고 병원 의료진은 이 사건 조영술의 부작용, 합병증 등에 대하여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아 원고들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으므로 피고 병원은 원고들에게 이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위자하여야 한다는 소를 제기하였다. 제 1 심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고, 이에 원고들이 항소하였다.

원심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원고 A 에게 이 사건 조영술의 시행과정이나 시행 후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아 원고 A 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으므로 그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판단하면서, 제 1 심판결 중 이에 해당하는 원고 A 패소 부분을 취소하였고, 원고들의 나머지 항소를 모두 기각하였다. 이에 대해 원고들과 피고가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미성년자인 환자에 대한 의사의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으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였고, 원고들의 상고는 모두 기각하였다.

 

가. 관련 법리

1) 의사는 응급환자의 경우나 그 밖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환자에게 수술 등 인체에 위험을 가하는 의료행위를 할 경우 그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환자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생명, 신체에 대한 위험과 부작용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환자가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여 환자로 하여금 수술 등의 의료행위에 응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가지도록 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1994. 4. 15. 선고 93 다 60953 판결, 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1 다 265010 판결 등 참조).

2) 의료법 제 24 조의 2 제 1 항, 제 2 항 및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 9 조 제 1 항, 제 2 항, 그리고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 16 조 제 1 항, 제 2 항 등 관계 법령들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환자가 미성년자라도 의사결정능력이 있는 이상 자신의 신체에 위험을 가하는 의료행위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가질 수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의사는 미성년자인 환자에 대해서 의료행위에 관하여 설명할 의무를 부담한다. 그러나 미성년자인 환자는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의 보호 아래 병원에 방문하여 의사의 설명을 듣고 의료행위를 선택·승낙하는 상황이 많을 것인데, 이 경우 의사의 설명은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이루어지고 미성년자인 환자는 설명 상황에 같이 있으면서 그 내용을 듣거나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으로부터 의료행위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을 전해 들음으로써 의료행위를 수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직 정신적이나 신체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미성년자에게는 언제나 의사가 직접 의료행위를 설명하고 선택하도록 하는 것보다는 이처럼 미성년자와 유대관계가 있는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을 통하여 설명이 전달되어 수용하게 하는 것이 미성년자의 복리를 위해서 더 바람직할 수 있다. 따라서 의사가 미성년자인 환자의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의료행위에 관하여 설명하였다면, 그러한 설명이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을 통하여 미성년자인 환자에게 전달됨으로써 의사는 미성년자인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설명하더라도 미성년자에게 전달되지 않아 의료행위 결정과 시행에 미성년자의 의사가 배제될 것이 명백한 경우나 미성년자인 환자가 의료행위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거부 의사를 보이는 경우처럼 의사가 미성년자인 환자에게 직접 의료행위에 관하여 설명하고 승낙을 받을 필요가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의사는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 대한 설명만으로 설명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는 없고, 미성년자인 환자에게 직접 의료행위를 설명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의사가 미성년자인 환자에게 직접 설명의무를 부담하는 경우 의사는 미성년자인 환자의 나이, 미성년자인 환자가 자신의 질병에 대하여 갖고 있는 이해 정도에 맞추어 설명을 하여야 한다.

 

나. 사안의 판단

원심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2016. 6. 30. 원고 B 에게 이 사건 조영술에 관하여 설명하였고, 원고 B 는 이 사건 조영술 시술동의서에 환자의 대리인 또는 보호자로서 서명하였다고 인정하였다. 그렇다면 원고 A 는 원고 B 로부터 피고 병원 의료진의 설명 내용을 전해 듣고 이 사건 조영술 시행을 수용하였을 가능성이 높고, 당시 원고 B 와 함께 피고 병원 의료진의 설명을 들었을 수도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 병원 의료진은 원고 A 에게 설명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원심이 피고 병원 의료진이 이 사건 조영술에 관한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음을 문제 삼아 원고 A 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다고 판단하려면, 우선 원고 A 에게 의료행위의 의미를 이해하고 선택·승낙할 수 있는 결정능력이 있는지를 심리하여야 하고, 원고 A 가 그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면 원고 B 에게 이 사건 조영술에 관한 설명을 하였더라도 원고 A 에게 직접 설명하여야 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를 심리하였어야 했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러한 심리를 하지 않은 채 원고 A 에게 직접 설명하였다는 사정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피고 병원 의료진이 원고 A 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미성년자인 환자에 대한 의사의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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