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딩 소유자가, 기존에 자신의 부지를 통해 통행하던 인근 빌딩 소유자 및 그 이용자에게만 그 부지를 이용한 통행을 불허하는 것은 권리남용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 [대법원 2023. 3. 13. 선고 2022다 293999 판결]
1. 판결의 표시
대법원 2023. 3. 13. 선고 2022다293999 판결
2. 판결요지
갑 등이 취득한 빌딩과 을 등이 구분소유 하는 빌딩 사이에 을 등의 빌딩에 출입하는 사람과 인근 주민들이 통행로로 사용하는 부지가 있고, 그중 대부분이 갑 등의 빌딩 부지에 포함되어 있는데, 갑이 을 등을 상대로 위 통행로 중 갑 등의 소유 부분에 대한 통행금지를 구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갑 등이 을 등에 대해서만 선별적·자의적으로 통행을 금지하는 것은 소유권의 행사에 따른 실질적 이익도 없이 단지 상대방의 통행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는 고통과 손해 만을 가하는 것이 되어 법질서 상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권리남용’ 이라고 볼 여지가 큰데도, 이와 달리 갑의 통행금지청구를 인용한 원심 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3. 판례해설
(1) 사안의 배경
1) 반소원고 갑 및 소외 1(이하 ‘반소원고 등’ 이라 한다)은 2019. 12. 5. A 빌딩 및 그 부지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2) 반소피고 을(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은 반소원고 갑 등의 위 소유권이전등기 이전부터 A 빌딩 부지와 맞닿은 토지에 건축된 B 빌딩의 구분소유자이다.
3) A 빌딩 부지와 B 빌딩 부지 사이에 이 사건 계쟁 부분이 있는데, 그중 대부분이 반소원고 갑 등 소유의 A 빌딩 부지에 포함되어 있다(이하 이 사건 계쟁 부분 중 반소원고 갑 등 소유 부분을 ‘이 사건 점유 부분’ 이라 한다).
4) 이 사건 계쟁 부분에 관한 이러한 소유 관계 아래에서, 반소원고 갑 등에 앞서 A 빌딩 부지 소유자였던 소외 2 는 1994. 11. 경 당시 B 빌딩 부지 소유자였던 소외 3 에게 ‘이 사건 점유 부분을 기존 도로 및 통로로 사용하고 있고 B 빌딩을 건축함에 있어 도로사용을 승낙한다.’는 내용의 ‘도로사용 승낙서’를 교부하였으며, 소외 3 은 이를 첨부하여 B 빌딩 건축허가 신청서를 제출하였다.
5) B 빌딩은 1996. 12. 28. 사용승인 되었는데, B 빌딩의 구분소유자들은 그 사용승인 무렵부터 이 사건 점유 부분을 포함한 이 사건 계쟁 부분을 B 빌딩에 출입하는 사람이나 차량을 위한 통행로로 이용하였고, 인근 주민들 역시 도보 또는 차량을 이용한 통행로로 이를 사용하였다.
그런데, 반소원고가 반소피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에게 이 사건 점유 부분에 대한 통행금지를 청구하자 원심이 인용하였고, 이에 반소피고(선정당사자)가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판결의 반소피고(선정당사자) 패소 부분 중 통행금지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
가. 관련 법리
권리의 행사가 주관적으로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있을 뿐 이를 행사하는 사람에게는 이익이 없고 객관적으로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으면, 그 권리의 행사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하고, 이때 권리의 행사가 상대방에게 고통이나 손해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주관적 요건은 권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결여한 권리행사로 보이는 객관적 사정을 모아 추인할 수 있으며, 이와 같이 권리의 행사에 해당하는 외관을 지닌 어떠한 행위가 권리남용이 되는지 여부는 권리남용 제도의 취지 및 그 근간이 되는 동시대 객관적인 사회질서의 토대 아래 개별적·구체적 상황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2 다 20819 판결, 대법원 2021. 10. 14. 선고 2021 다 242154 판결 등 참조).
나. 사안의 판단
1) 인근 주민들은 B 빌딩의 사용승인이 이루어지기 이전부터 이 사건 계쟁 부분을 통행함에 별다른 제약이 없었고, B 빌딩의 사용승인이 이루어진 이후에도 마찬가지이었으므로, 이 사건 계쟁 부분에 포함된 이 사건 점유 부분 역시 그 무렵부터 불특정 다수인이 통행함에 제한이 없었다.
2) 반소원고 갑 등에 앞서 A 빌딩 부지 소유자였던 소외 2 는 B 빌딩 부지 소유자 및 B 빌딩의 구분소유자들에게 이 사건 점유 부분을 무상 사용하도록 하였음은 물론 불특정 다수인의 통행까지 수인 했던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사정은 B 빌딩의 건축허가 과정에 반영되었다. 반소원고 갑 등은 이와 같은 이용 상황 및 소유권의 제약 상태를 알고서 A 빌딩 및 그 부지를 취득 하였으므로, 반소피고 을(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은 방법으로 이 사건 점유 부분을 통행할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3) 해당 부분이 오랜 기간 동안 불특정 다수인의 통행에 사용되어 온 반면, 그 현상 및 용도에 전면적이고 적법한 변화가 초래되었거나 이를 합법적인 것으로 용인할 만한 사정변경이 보이지 않으며, 나아가 이 사건 점유 부분에 관하여 반소피고 을(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의 통행을 금지한다면 B 빌딩의 출입구 위치·형태·내부 구조의 특성상 그 출입에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되어 큰 불편과 혼란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반소원고 갑 등이 이 사건 점유 부분에 관한 소유권에 기초하여 해당 부분을 이용하는 자 중 객관적 용도에 따른 편익을 가장 필요로 하는 반소피고 을(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에 대해서만 선별적·자의적으로 통행을 금지하는 것은 소유권의 행사에 따른 실질적 이익도 없이 단지 상대방의 통행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는 고통과 손해 만을 가하는 것이 되어 법질서 상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권리남용’ 이라고 볼 여지가 크다.
그럼에도 원심은 반소피고(선정당사자)의 권리남용 항변에 대하여 명시적 판단을 하지 아니한 채 사실상 이를 기각하는 취지에서 반소원고의 통행금지청구를 인용 하였는바, 이 부분 원심의 판단에는 통행금지청구권 및 그 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