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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의뢰인이나 그의 대리인으로부터 위임사무 수행과 밀접하게 관련된 법률적 문제에 관하여 구체적인 질의를 받고 답변과 관련…
2023-02-21◇ 변호사가 의뢰인이나 그의 대리인으로부터 위임사무 수행과 밀접하게 관련된 법률적 문제에 관하여 구체적인 질의를 받고 답변과 관련하여 부담하는 의무를 위반한 경우, 불법행위가 성립하는지 여부 [대법원 2022. 11. 17.선고 2018다300364 판결]
1. 판결의 표시
대법원 2022. 11. 17.선고 2018다300364 판결
2. 판결요지
[1] 변호사는 의뢰인이나 그의 대리인으로부터 위임사무 수행과 밀접하게 관련된 법률적 문제에 관하여 구체적인 질의를 받은 경우에는, 법률전문가로서 통상적으로 갖추고 있는 법률지식의 범위에서 성실히 답변하여야 하고, 만일 그러한 질의 사항이 자신의 법률지식과 경험 범위를 벗어난 것이어서 답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거나 그에 관하여 일반적이거나 확립된 견해와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면, 의뢰인이나 그의 대리인에게 다른 법률전문가에게도 상담을 받도록 조언하거나 적어도 이를 알림으로써 숙고하여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하는데, 변호사가 의뢰인이나 그의 대리인에 대하여 부담하는 위와 같은 의무를 위반한 경우, 개별 사안에서 질의와 답변의 경위나 내용, 동기나 의도, 침해된 이익의 성격과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변호사의 행위가 전문적·합목적적 재량에 유보된 영역의 것이 아니고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과 윤리성, 사회적 책임성 등에 비추어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때에는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
[2] 甲으로부터 포괄적으로 대리권을 수여받아 乙 법무법인에 甲 소유 부동산의 매매계약 관련 선행소송의 대리사무를 위임한 丙이 乙 법인의 대표변호사이자 선행소송의 담당변호사인 丁에게 선행소송 계속 중 위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것이 적법한지 문의하여 丁으로부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듣고 위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였는데, 그 후 이로 인해 甲과 丙이 배임죄로 형사처벌을 받게 되자 丁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丁은 위 부동산 처분이 소송물이나 공격방어방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 등을 설명하는 한편,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에 따를 경우 배임죄로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있음을 법률전문가의 입장에서 성실히 고지해 주었어야 하는데도 선행소송 제1심에서 패소한 이후에도 만연히 승소를 장담하면서 위 부동산을 매도하는 것에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고 대답하였고 형사처벌의 가능성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는데, 이 때문에 丁의 답변을 신뢰한 甲과 丙이 위 부동산 처분으로 형사처벌을 받아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되었으므로, 위와 같은 丁의 답변행위는 그 경위나 내용, 침해된 甲과 丙의 이익의 성격과 내용 등에 비추어 소송대리사무를 수행하는 변호사가 보유하는 전문적·합목적적 재량에 유보된 영역의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오히려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과 윤리성, 사회적 책임성 등에 현저히 반하는 것이어서 위법하므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3. 해설
(1) 사안의 배경
원고 丙은 2011. 3. 2. 고령의 아버지인 원고 甲(1914년생)을 대리하여 소외인 등에게 원고 甲 소유의 이 사건 각 부동산을 매도하였고(이하 ‘제1매매계약’이라 한다), 2011. 7. 5. 중도금을 수령하였으나, 이후 계약이 이행되지 않고 있었다. 소외인 등은 2013년 원고 甲을 상대로 제1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이행 등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이하 ‘선행소송’이라 한다). 이에 원고 丙은 원고 甲을 대리하여 법무법인 乙에 선행소송 제1심 소송대리 사무를 위임하면서 그 보수[착수금으로 3,000만 원(부가가치세 별도), 성과보수금으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가 기각될 경우 1억 원(부가가치세 별도), 상대방과 합의할 경우 8억 원과 합의금의 차액 중 40%를 대출받아 지급하는 내용이다]의 지급의무를 연대보증하였고, 법무법인 乙은 대표변호사인 피고 丁을 담당변호사로 지정하였다.
선행소송 제1심법원은 2014. 2. 6. 원고 甲이 소외인 등으로부터 잔금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소외인 등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제1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판결을 선고하여 甲은 패소하였다. 원고 丙은 제1심에서와 마찬가지로 원고 甲을 대리하여 법무법인 乙에 선행소송 항소심 소송대리 사무를 위임하면서 보수지급의무를 연대보증 하였고, 법무법인 乙은 다시 피고 丁을 담당변호사로 지정하고 항소장을 제출하였다.
원고 丙은 항소할 무렵인 2014. 2.경 피고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도하는 것이 적법한지 문의하였는데, 피고 丁은 가능하다는 취지로 답변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 甲은 2014. 2. 11. 영농조합법인 A에 부동산을 매도하기로 하는 ‘제2매매예약’을 하고, 같은 날 매매예약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를 마쳐주었다. 다만 원고 甲은 제2매매예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자 2014. 4. 23. 이를 해제하였고 같은 날 위 가등기도 말소되었다.
원고 丙은 2014. 5.경 다시 피고 丁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처분하는 것에 문제가 없는지 문의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 丁은 “소송 중이어도 괜찮다고요, 소송 중이어도 매매하는 거 괜찮다고요.”, “소송 중에 매매해도 상관없다니까요.”, “가져가면 그걸로 된다고, 그걸로 끝이고.”, “그러면 이쪽, 이쪽 소송에서는 이쪽 소송 결과 그렇게 불리하지 않고 내가, 거의 이겨요, 거의 100% 승소가 되니까.”, “넘겨버리면 문제없어요. 법적으로 문제없고 만약에 뭐 소송은 별도야, 소송별도. 그 사람은 아무 문제없어요. 매매 문제없다고요.”라는 등의 답변을 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 甲은 2014. 5. 30. 영농조합법인 B에 이 사건 각 부동산을 포함한 3필지의 부동산을 매도하고(이하 ‘제3매매계약’이라 한다), 2014. 7. 21.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선행소송 항소심법원은 2014. 12. 4. 원고 甲의 항소를 기각하였고, 제1심판결은 상고심을 거쳐 그대로 확정되었다. 나아가 원고들은 ‘제2매매예약’과 ‘제3매매계약’을 각 체결하고 등기를 마쳐준 행위에 대하여 수사와 재판을 받은 끝에 2016. 3. 31. 배임죄로 유죄판결(각 벌금 200만 원의 선고유예)을 받았고 그 판결 역시 그대로 확정되었다.
이에 원고 甲과 丙은 피고 丁을 상대로 변호사가 잘못된 조언을 하고 이에 따랐다가 형사처벌을 받았으므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2) 관련 법리
대법원은 변호사의 신분적 지위와 직무수행의 방법과 한계, 의뢰인에 대한 의무의 목적과 성격 등을 종합하면, 변호사는 의뢰인이나 그의 대리인으로부터 위임된 소송의 소송물 또는 공격방어방법, 후속 분쟁 발생 가능성 등의 측면에서 위임사무 수행과 밀접하게 관련된 법률적 문제에 관하여 구체적인 질의를 받은 경우에는, 그것이 직접적인 수임사무는 아니더라도 해당 질의 사항이 가지고 있는 법률적인 문제점, 그들의 선택에 따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상황과 현재 수행하는 소송에 미칠 영향, 만일 형사처벌이 문제될 여지가 있다면 그 위험성 등을 당시 인식할 수 있었던 상황과 법률전문가로서 통상적으로 갖추고 있는 법률지식의 범위에서 성실히 답변하여야 한다. 그리고 만약 그러한 질의 사항이 자신의 법률지식과 경험 범위를 벗어난 것이어서 답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거나 그에 관하여 일반적이거나 확립된 견해와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면, 의뢰인이나 그의 대리인에게 다른 법률전문가에게도 상담을 받도록 조언하거나 적어도 이를 알림으로써 숙고하여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할 것인데, 변호사가 의뢰인이나 그의 대리인에 대하여 부담하는 위와 같은 의무를 위반한 경우, 개별 사안에서 질의와 답변의 경위나 내용, 동기나 의도, 침해된 이익의 성격과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변호사의 행위가 전문적·합목적적 재량에 유보된 영역의 것이 아니고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과 윤리성, 사회적 책임성 등에 비추어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때에는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 .
(3) 대법원의 판단
가. 이 사건에서 원고 甲의 딸인 원고 丙은 100세가량인 원고 甲으로부터 포괄적으로 대리권을 수여받아 법무법인 乙에 선행소송 대리사무를 위임하고 보수지급의무까지 연대보증 하였으며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제반 업무를 처리하였다. 법무법인 乙의 대표변호사로서 선행소송 담당변호사로 지정되기도 한 피고 丁은 원고 丙과 줄곧 소송위임 및 그 수행에 관한 연락을 주고받았으므로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 丁은 원고 丙으로부터 선행소송 계속 중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처분하는 것이 적법한지 위임사무 수행과 밀접하게 관련된 법률적 문제에 관하여 구체적 질의를 받았으므로, 그러한 처분이 소송물이나 공격방어방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상대방의 이행불능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로의 청구변경 및 원고들의 손해 확대 가능성 등) 등을 설명하는 한편,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에 따를 경우 배임죄로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있음을 법률전문가의 입장에서 성실히 고지해 주었어야 한다. 그런데도 피고 丁은 선행소송 제1심에서 패소한 이후에도 만연히 승소를 장담하면서 이 사건 각 부동산을 매도하는 것에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고 대답하였고, 원고 甲과 丙이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피고 丁이 당초 부동산 이중매매의 배임죄 성립 요건 및 기수시기에 관한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과 다른 견해를 갖고 있었다거나 그러한 사정을 원고 甲과 丙에게 알려주었다고 볼 자료도 없다. 종래 아무런 전과가 없었고 고액의 보수를 지급하기로 한 원고 甲과 丙은 법무법인의 대표변호사 겸 담당변호사인 피고 丁의 답변을 신뢰하고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처분한 탓에 배임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거쳐 형사처벌을 받으면서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되었다. 위와 같은 피고 丁의 답변행위는 그 경위나 내용, 침해된 원고들의 이익의 성격과 내용 등에 비추어 소송대리사무를 수행하는 변호사가 보유하는 전문적·합목적적 재량에 유보된 영역의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오히려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과 윤리성, 사회적 책임성 등에 현저히 반하는 것이어서 위법하므로 원고 甲과 丙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나. 원심은 마찬가지 취지에서 피고가 원고들의 질의에 대하여 형사처벌 위험성을 고지할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원고들로 하여금 유죄판결을 받고 정신적 고통을 겪게 하였으므로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변호사의 업무 범위와 선관주의의무, 배임죄에 관하여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