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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남편 병수발 후처... 전처 자녀들 상속재산 분할 청구, 배우자 기여분 인정될까

2021-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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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광 앵커= 대법원 주요 판례를 통해 일상에 도움이 되는 법률정보를 알아보는 '강천규 변호사의 잘사는 법(法)', 오늘(8일)은 상속재산 분할과 기여분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강 변호사님, 오늘(8일)은 어떤 판결 가지고 오셨나요.

▲강천규 변호사(법무법인 YK)= 어제인 2021년 6월 7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년 노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 혼자 살거나 노인 부부만 생활하는 '노인 단독 가구' 비율은 78.2%로 나왔는데요. 2008년 66.8%보다 굉장히 늘었습니다.

과거에는 자녀에 의존해서 노년을 보냈었는데 상당히 많이 달라진 모습이고 그만큼 배우자의 의존도가 더욱 높아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배우자 의존도가 커진 만큼 상속에 있어서도 배우자의 몫을 더 많이 인정해줘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이런 문제제기가 많이 되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어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앵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강천규 변호사= 이모씨는 2008년 3월 1일 사망했는데요. 사망한 이씨에게는 김모씨와 박모씨 두 명의 부인이 있었습니다. 이씨는 전처인 김씨와의 사이에 9명의 자녀를 두었고, 후처인 박씨와의 사이에 2명의 자녀를 두었습니다.

후처인 박씨는 처음 16여년간은 이씨와 전처인 김씨 사이의 혼인관계가 유지되어 있는 동안 중혼적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고, 전처인 김씨가 사망한 후인 1987년 5월 16일에 이르러서야 혼인신고를 하였습니다.

한편, 돌아가신 이씨는 2003년 3월부터 2008년 3월 사망할 때까지 여러 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고 10여 회에 걸쳐 입원치료도 받는 등 투병생활을 했는데요. 후처인 박씨가 5년 여간의 기간 동안 사망한 이씨 소유의 집에 함께 살면서 이씨를 간호했습니다.

특히 이씨가 2007년 이후로 병세가 급격히 악화됐는데, 후처인 박씨가 이씨를 정성껏 간호했던 것이죠. 그런데 이씨가 돌아가신 후에 문제가 생겼는데, 이씨와 전처인 김씨 사이에 태어난 자녀들이 후처인 박씨와 배다른 형제들을 상대로 해서 상속재산 분할 심판청구를 제기했습니다. 

이에 맞서 후처인 박씨가 돌아가신 이씨와 동거하면서 간호도 했고 특별히 부양도 했다, 이런 이유로 기여한 부분을 인정해 달라는 기여분 결정 심판청구를 해서 대법원까지 올라오게 된 사건입니다.

▲앵커= 상속재산 분할 심판청구, 기여분 결정 심판청구, 이게 뭔가요.

▲강천규 변호사= 예를 들어서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어머니와 자녀들이 공동으로 아버지의 재산을 상속하게 되는데요. 아버지가 남겨놓고 가신 재산을 누가 얼마나 더 많이 가져갈지는 상속인들끼리 협의로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가정법원에 상속재산을 법에 따라 나누어 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데 이것을 상속재산 분할 심판청구라고 합니다. 이렇게 상속재산을 분할하려면 분할의 대상이 되는 상속재산을 확정하는 절차가 굉장히 중요한데요.

그중에서 어떤 한 상속인 하나가 상당한 기간 동안 돌아가신 분과 동거를 하면서 간호를 하고 부양을 했다, 이렇게 내가 피상속인의 재산을 유지하고 증가시키는 데 특별히 기여했다고 주장하면서, 그 기여부분을 인정해 달라, 이러한 주장을 할 수 있는데 이것을 기여분이라고 합니다.

이 기여분 역시 상속인들 사이에서 협의로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협의되지 않으면 가정법원에 '나의 기여분이 얼마인지 결정해 달라'는 소송을 할 수 있는데 그것을 기여분 결정 심판청구라고 합니다.

▲앵커= 후처 박씨가 5년 동안 남편 병수발을 했는데, 기여분을 인정해주면 되는 거 아닌가요, 다른 문제가 뭐가 더 있는 건가요.

▲강천규 변호사= 일단 피상속인 이씨의 배우자 박씨가 이씨를 정성껏 간호를 하면서 고생을 한 것은 분명합니다. 문제는 기여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 동거를 하고 간호를 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요. 피상속인을 특별하게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나 증가에 특별한 기여를 해야 합니다. 

여기서 부부의 경우에는 동거, 부양, 협조의무가 인정된다는 게 문제가 됩니다. 부부 사이의 부양과 협조는 사실상 혼인생활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부부가 서로 자기의 생활을 유지하는 것과 같은 정도로 부양을 할 의무가 있거든요. 이런 부분을 법적인 용어로 '제1차 부양의무' 이렇게 얘기합니다. 

성년인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는 것과 비교하면 쉽게 이해를 하실 수가 있는데요. 자녀는 자기 사회적 지위에 향응하는 생활을 유지하면서 자기 생활에 여유가 있음을 전제로 해서, 그리고 피부양자가 자력으로 근로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있을 때에만 도와줄 의무가 있는데요. 그것을 '제2차 부양의무'라고 합니다. 

이렇듯 배우자가 부양의무를 부양하는 것과 자녀가 부담하는 것과 차이가 있는데 사안의 경우에 박씨가 고생은 했지만 사실 배우자로서 응당 해야 할 일을 한 것은 아니냐, 이런 주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앵커= 자식과 부부의 부양의무 정도를 달리 본다는 건데, 어쨌든 같이 살며 돌봐준 배우자의 기여분을 좀 폭넓게 인정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강천규 변호사= 사실 요즘 그런 주장이 상당히 강하게 제기되고 있고요. 그 배경을 살펴보면 초두에 말씀드린 것처럼 노인들이 노년에 배우자에게 의존해서 살아가는 의존도가 굉장히 높아지고 있고 우리 사회가 핵가족화가 되고 있기 때문에 그 의존도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우리 사회 사회복지가 아직 완전하게 촘촘하게 돼 있지는 않기 때문에 결국 노년에 아픈 사람이 생기면 배우자가 끝까지 그 사람을 책임지고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배우자에게 상속분을 더 많이 떼줘야 하는 거 아니냐, 이런 주장이 나오고 있고요.

또 한 가지는 이혼과 비교해보면 20년, 30년 혼인생활 하다가 이혼을 하게 되면 재산분할로 50% 정도가 인정되게 되는데요. 그런데 그보다 더 오랜 기간을 살았는데 그리고 살면서 특별하게 부양까지 했는데 돌아가신 후에는 사실 받을 수 있는 몫이 크지 않기 때문인데요. 

오늘 사안처럼 자녀가 9명 이상 된다고 하면 계산해보면 배우자가 14% 정도밖에 못가져가는 것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서도 불균형한 것은 아니냐, 이런 주장이 있습니다. 

▲앵커= 그래서 대법원 판결은 어떻게 나왔나요.

▲강천규 변호사= 우리 대법원은 결론적으로 배우자 박씨의 기여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을 했는데요.

그 이유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기여분이라는 것은 단순하게 조금 더 기여를 했다, 이것으로는 안 되고 피상속인의 재산을 유지하거나 증가하는 데 특별한 기여를 하는 정도까지 돼야 하는데 이 사안의 경우에 배우자의 경우 본인이 할 일을 했다, 이렇게 판단한 부분이 있었고요.

그래서 기여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공평을 위해서 상속분을 조정하여야 할 필요가 있을 만큼 그런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하는데 이 사안의 경우에는 통상 부부로써의 부양의무를 이행한 것에 불과하다, 이렇게 본 부분이 있어서 배우자라고 해서 간호하고 부양한 사정만으로 폭넓게 기여분을 인정해주기는 어렵다, 이런 입장을 취했습니다. 

▲앵커= 잘 사는 법. 상속재산 분할과 기여분에 대해 정리해주시죠.

▲강천규 변호사= 우리 대법원은 기여분을 폭넓게 인정하는 것은 입법자가 정해놓은 법정상속분을 법원의 판단으로 실질적으로 수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엄격하게 보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요. 

그렇다 해도 공동상속인 중의 일부가 상속재산의 유지나 증가에 특별한 기여를 했다고 하면 그 기여분은 인정해주는 것이 실질적인 공평을 이루는 것이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자기 생활수준 이상으로 특별히 부모님을 부양한 자녀가 있다면 그 기여분을 가져가는 것이 공평하겠죠.

이처럼 아버지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상속인들 사이에 생전에 증여받은 것이나 아니면 기여분이 얼마나 되는지 이런 부분에서 의견이 대립되는 경우에는 상속인들 개개인의 구체적인 상속분을 정해달라는 취지로 가정법원에 상속재산 분할 심판청구를 하실 수가 있고 또 기여분 결정 심판청구를 하실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해결책들을 고려하셔서 진행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앵커= 네, 특별히 부양의무를 더했을 경우 유산 기여분이라는 게 있다는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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