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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K언론보도

[특별기고]'싸움 총량의 법칙'

2020-11-11


 


송무 변호사로 살다 보니 업무상 논리적인 다툼을 할 일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언제가 내가 열심히 일을 하고도 나를 힘들게 하는 의뢰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남편이 말하기를 “불평불만 의뢰인 총량의 법칙”이 있다고 하면서 “매년 주기적으로 몇 명 이상의 불평불만 의뢰인을 만날 터인데 만약 그런 사람을 아예 만나지 않는 해가 생긴다면 나 자신이 불평불만의 원인이 된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할 때”라며 위로를 한 일이 있다. 그런데 이 “불평불만 의뢰인 총량의 법칙”이 내 인생에서는 “싸움 총량의 법칙”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어릴 때부터 싸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남한테 먼저 싸움을 거는 일은 딱 질색은 내가 송무 변호사로서 활동하면서 1년 동안 싸울 일을 법정에서 다 싸우고 오다 보니 사적인 일로는 아예 싸울 거리 자체가 별로 생기지 않는다. 순간 이게 뭔가 싶은 상황에서도 돌아보면 내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사건에서의 시각을 다투는 논리적인 설전에 비하면 별로 중요하지가 않은 것이다.



이렇게 “싸움 총량의 법칙”을 동원하면 집에서도 싸울 일이 조금 줄어든다. 내가 속한 집단의 범위를 사회적으로 점점 넓혀서 보면, 집에서 싸울 일이 없고, 회사에서 싸울 일이 없으며, 변호사 직역 내부에서 싸울 일이 없다. 전쟁이 나서 적과 다투는데 전쟁터에서 자부대원을 겨누는 일처럼 효율이 떨어지는 일이 없다. 에너지는 좋은 곳에 써야 좋은 반향으로 돌아오며 이는 결국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필자가 몇 해 전부터 대한민국 청년 연설대전의 심사위원으로 봉사활동을 할 기회가 있어서 심사에 참여해보니 이 연설대전에 참가하는 청년들의 솜씨가 대단했다. 청년 연설대전에 나온 참가자들은 모두 개인적인 경험과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매우 진솔하게 표현하여 심사위원들의 공감을 이끌었다. 그런데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함께 참가한 참가자와 본인들을 지도해준 멘토에 대한 지지와 감사의 뜻을 담고 있었다는 점이다. 연설대전도 수상을 전제로 하다 보니 대상과 장려상이 나뉠 수밖에 없는 경쟁적인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같이 참여한 참가자와의 미담이나 연설대전을 준비하는 과정을 훈훈하게 풀어내는 참가자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절로 탄성이 나왔다.


청년 연설대전을 보면서 청년의 가능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싸움에는 총량의 법칙이 적용되지만, 이와 달리 총량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영역이 있으니 그것이 “희망 무제한의 법칙”, “포용 무제한의 법칙”이 아닌가 한다. ‘무한경쟁’이라는 책임 없는 단어가 희망 무제한의 법칙 아래 살고 싶은 청년들을 옭죄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아직은 현재까지 해본 일보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더 많은 청년변호사들에게 ‘무한경쟁’보다는 “희망 무제한의 법칙”이 통용되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꿈꿔본다. 꿈이 꿈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한국세무사회(원경희 회장), 한국공인노무사회(박영기 회장), 대한변리사회(홍장원 회장) 이렇게 3개의 전문자격사단체장이 2020. 11. 2. 모여 간담회를 개최하고 ‘변호사가 (법 제정 당시 입법자가 의도하고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허용된 범위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전문성 검증 없이 변호사로 하여금 모든 전문자격사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하였고, 2020. 11. 6.에는 감정평가사회, 관세사회, 공인중개사회 이렇게 3개의 단체가 더 참여하는 형태의 전문자격사 협의회를 구성하였다.


2020. 11. 6. 현재 한국세무사회의 개업세무사 회원은 13,592명이며, 한국공인노무사회의 회원은 5,000명이다. 공인노무사시험은 1986년에 제1회 시험이 실시되었다. 대한변리사회의 경우 등록회원이 10,020명인데 그 중 개업회원은 3,963명이다. 한국관세사회 회원 1,993명(휴업 회원 14명은 제외된 인원),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회원은 105,000명이다.


단순히 인원수로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지나다니며 만나면 웃으며 인사를 나누곤 하는 부동산 사장님(공인중개사), 노무사로 활약하고 있는 학교 후배, 위원회 등에서 함께 활동하며 언니, 동생으로 지내고 있는 노무사님을 생각해본다. 그들이 속한 집단이 내가 속한 집단을 향해, 애초에 법에서 허용되었던 일을 하지 못하도록 하며, 변호사의 숫자가 많아졌다는 이유로 우리가 충분한 교육연수 등 법률상 규정된 교육요건을 이수하고 6개월의 실무수습까지 거쳐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두고 ‘전문성이 확보되지 않았다’거나 ‘다수의 자격자의 대량 배출로 인한 부실한 업무수행이 우려된다’는 등의 평가를 하고 있는 현실은 참담하기만 하다. 현실세계에 아버지는 변호사, 딸은 세무사 또는 엄마는 변리사, 아들은 변호사인 가정이 있을 터인데 이 가정 내부에서는 현재의 갈등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해야 하는 것인지 암담하기만 하다.


필자는 한국청년변호사회 공동대표로서 무한한 희망을 가진 청년변호사들이 꿈을 펼치는 세상을 만들어가자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이 글을 쓰는 현재의 현실은 점점 더 척박해져만 간다. 더군다나 이 싸움은 내가 먼저 걸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내 의지로 멈출 수도 없다. 하나로 뭉쳐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할 시점이 되었다. 자녀의 희망이야 내 마음과는 많이 다르겠지만, 누군가 현 시점에서 내 자녀도 ‘변호사’라는 직업을 갖고 나처럼 살기를 바란다면,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현재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선배 변호사님! 판결서를 손으로 쓰고, 법원, 검찰에 제출하는 서면을 손으로 적던 시절에는 상상하실 수 없었던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공의들이 정부 정책에 반대되는 집단행동을 하였던 것에 대한 법적인 평가를 떠나, 그들의 집단행동에 대하여 병원장, 의과대학장, 의대 교수들은 대국민사과를 하며 후배들을 감쌌습니다. 청년변호사들은 뛰고 싶고, 날고 싶습니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통해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가고 싶은 청년변호사들이 기회를 잃고 시름에 빠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부디 싸움은 법정에서 품위 있게 하고 싶다.


/조인선 한국청년변호사회 공동 대표

변호사·법무법인 Y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