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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판매’ 영업사원, 연장근로수당 못 받는다...법원 “PDA 못 믿어”
2023-04-03외근을 다니면서 담배를 판매하고 점포를 관리하는 영업사원이 연장근로수당을 청구한 것은 적법하지 않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영업사원들은 거래처에 방문할 때마다 입력하는 휴대정보단말기(PDA)에 기록된 시간대로 회사가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 기록이 정확하지 않다고 봤다.
13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48민사부(재판장 이기선)는 제이티인터내셔널 영업사원 A 씨 등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PDA에 입력한 거래처 방문일시가 실제 거래처 방문일시라고 인정하기 부족해 이를 기초로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제이티인터내셔널은 담배 수입하고 유통하고 판매하는 회사다. 이 회사의 영업사원은 판매사원과 점포관리사원으로 나뉜다.
판매사원은 담배와 PDA를 지참해 거래처를 방문하면서 담배를 판매하고 수금한 후 재고나 발주 수량, 판매 대금 등은 PDA에 입력한다. 점포관리사원은 담배 진열 등 판촉물의 설치ㆍ관리 등을 수행한다. 이들은 화요일과 목요일에 지점으로 출근해 전달사항을 확인한 후 각 거래처에 방문하고 업무수행 내역을 PDA에 입력한다.
회사는 외근이 잦은 이들의 업무 특성을 고려해 간주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외근으로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정해진 시간만큼 일한 것으로 간주하는 간주근로시간제를 도입할 수 있다.
A 씨 등의 근로계약서를 보면 이들의 근로시간은 원칙적으로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점심시간은 오전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1시간이다. 다만 영업사원의 근로시간은 근로기준법에 의한 간주근로시간제에 따르고 구체적인 업무 개시와 종료 시간 등은 영업지점에서 정한다는 점도 명시돼 있다.
그러나 영업사원들은 회사가 소정근로시간이 아닌 PDA에 기록된 근무시간을 기준으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판매사원의 경우 지점에 출근하는 오전 8시 30분부터 PDA를 회사 전산망과 동기화한 시각까지를 근무시간으로 봐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반면 회사는 PDA에 기록된 시간이 임의로 입력돼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연장근로를 했다면 회사 내부 규정에 따라 연장근로를 신청하고 승인을 받으면 되는데 이러한 과정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PDA에 입력된 방문 일시가 정확하지 않다면서 이를 근거로 근로시간을 산정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회사가 사업장 밖에서 근무하는 영업사원들의 거래처 방문시각이나 근무상황ㆍ이동경로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지휘ㆍ감독했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영업사원들이 PDA에 입력한 거래처 방문 시각 등의 진실성을 확인하고 이를 평가에 반영해 온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업사원들이 증거로 제출한 근무 기록에는 명백한 모순과 오류가 있었다. 증거에는 첫 거래처 방문 일시와 마지막 거래처 방문 일시의 날짜가 서로 다르거나 첫 거래처 방문 시각만 있는 경우가 포함됐다. 마지막 거래처 방문 시각이 첫 거래처 방문 시각보다 이른 경우도 있었다.
법원은 영업사원들이 주장한 시간 전부를 근로시간으로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외근이 잦은 특성상 영업사원들은 일정을 유연하게 조정해서 일했기 때문이다. 첫 거래처 방문시간부터 마지막 거래처 방문시간이 약속된 근로시간을 초과한다고 해도 그 시간 전부를 회사를 위해 근로한 시간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간주근로시간의 합의가 근로계약법의 취지에 반해 무효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워 영업사원들은 별도로 연장근로수당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